'암수살인' 주지훈 "사투리 로망 오산이었다..융단폭격 될 수도"[EN:인터뷰①]
[뉴스엔 박아름 기자]
주지훈이 사투리에 대한 로망이 깨졌다고 고백했다.
지난 10월3일 개봉해 300만 관객을 훌쩍 넘긴 영화 '암수살인'에 출연한 배우 주지훈은 최근 뉴스엔과 인터뷰에서 사투리 연기 뒷이야기를
공개했다.
주지훈은 감옥 안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 ‘태오’ 역을 맡아 사투리부터 삭발, 노메이크업까지 감행했다. 무엇보다 호평받고 있는 건 주지훈의 사투리 연기다. 주지훈은 부산 사투리를 위해 사투리 레슨을 받고 하루종일 사투리만 쓰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사투리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고 말문을 연 주지훈은 "부산 사투리엔 정감어림이 있다. 언젠가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오산이었다"며 "왜냐하면 너무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양날의 검이다. 전국민한테 익숙한데 잘못 나가면 감정이고 뭐고 필요없이 융단폭격이 될 수도 있다"고 고백했다.
주지훈은 "막상 하고나서 나 빼고는 다 부산 출신이더라. 스태프들까지 말이다. 사투리를 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그게 핸디캡이 되니까 현장에 가기 싫었다. 가면 너무 좋은데 거기에 한 발을 들이기가 매일매일 짜증이 났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대본에 성조를 다섯 단계로 나눠 한 글자 한 글자 그렸다. 근데 현장에서 대사가 바뀌면 미칠 것 같더라. 정말 죽겠더라. 처음 미스터리를 던지는 시퀀스를 갑자기 찍겠다고 해 당황했다"며 "근데 너무 다행인게 예습 복습을 하는 그 선택이 맞았다. 가서 감독님이 하다가 대사 바뀌면 미리 바뀌니까 현장에 일찍 갈 수 밖에 없었다. 한 시간씩 일찍 왔다. 그리고 촬영 끝나고 숙소가서 내일 찍을 거 또 하고 고3 수험생 같은 생활을 했다.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했으면 서울대 갔을 것 같았다. 두 달 넘게 시간으로 따져도 하루에 8시간 이상 사투리만 잡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한 주지훈은 완벽한 사투리 연습을 위해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그만의 방식이었다. 주지훈은 "집에서 공부하듯 앉아있었으면 못했을 것이다. 사투리를 들으면서 걸어 나가는거다. 너무 큰 거울이었다. 길에서 날 본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 지나간다 생각했을 거다. 청담동에서 모자 쓴 애가 그러고 걸어가니까 살짝살짝 내 말을 들은 분은 이상했을 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렇게 스트레스 받으면서까지 생활화했던 사투리지만 후유증은 없었다. 주지훈은 "지금은 깨끗하다. 처음엔 사투리 좀 해보겠다고 부산 친구랑 매일 통화하고 그랬는데 나중엔 그럴 정신이 없었다. 그냥 이걸 완벽하게 하자 해서 나중에 끊었다. 일상생활에서 하기엔 이 작품을 찍고 바로 드라마 '킹덤'을 찍어 바로 사극 말투로 바꼈다. '또 사투리 하겠네?'라고 하는데 아니다. 엄청난 고뇌가 필요하다. 또 사투리 연기를 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사투리 공부를 하면서 배우로서 깨달은 바도 있다. 주지훈은 "두 세달 사투리 작업을 하면서 말만 하는 게 아니라 요즘 소재가 점점 많아지는데 고갈된 소재를 뚫고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한다. 어떤 특정 장르나 특정 촬영을 고수하는 분이 아니라면 사실 배우들은 예민해져야 되고
디테일한 상황에 놓여졌다. 예전처럼 카메라 뻗어놓고 배우들이 연기한 방식을 보고 디렉팅을 주고 하는 건 최근 3년 내 경험엔 없었다. 배우가 자유롭게 노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실 하나하나 다 계산돼 있다. 입체감이나 질감을 어떻게 줄까 고민하다 보니까 점점 작업들이 디테일해진다. 근데 우리한테 요구하는 건 그 디테일을 다 지키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해달라는 것이다. 당연히 더 좋은 걸 만들기 위한 욕심이 된다. 정말 잘 준비해야 되는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절찬 상영중인 '암수살인'은 감옥에서 7건의 추가 살인을 자백하는 살인범과 자백을 믿고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실화극이다. (사진=쇼박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