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h&궁
[스크랩] 뮤지컬 <돈 주앙> 주지훈, 열정의 무대 위 진실한 배우의 자화상!
bumtee
2009. 2. 4. 19:10
뮤지컬을 한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다들 그랬다더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변에서 너무들 놀랐다.(웃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고, 고민하다가 결정했다. 어떤 고민을 했나. 뮤지컬이란 장르에 대한 고민. 이걸 할 수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를 고민해야 했다. 뮤지컬은 무조건 스킬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말했다. “나는 무조건 열심히 할 의사가 있다. 만들어줄 수 있으면 하겠다.” 그래서 했는데 가능한 건지 걱정이다. 요즘 매일매일이 자기 검열의 연속이다.(웃음) 평소에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이었나. 뮤지컬을 보는 것보단 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직접 뮤지컬을 본 건 세 편이 전부지만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를 준비하면서 뮤지컬 영화들을 많이 봤고 흥미가 생겼다. 하지만 뮤지컬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막 파고들 정도는 아니었던 거지. 그런데 <돈 주앙> 제의가 들어왔고 주어진 기회를 잡은 것이다. 그렇게 결국 선택을 했다. 이유가 뭔가? 함께 돈 주앙 역에 캐스팅된 태을이 형이 그러더라. “나도 방송도 하고 영화도 할 거다. 배우가 연기는 다해야지.”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연기라는 관점은 같은데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다르더라. 똑같은 요리인데 한식이냐 중식이냐 그 차이인 것 같다. 분명히 차이가 있다. 스테이크를 수저로 먹을 수는 없는 거니까. 몸을 도구라고 한다면 다른 걸 써야 하니까. 내가 영화나 방송에서 배운 것과 뮤지컬에서 배운 게 시너지를 이뤘으면 좋겠다. 경험해 보니 뭐가 가장 다른가. 기본적으로 뮤지컬은 노래가 주가 되니까. 감정이 무조건 보여야 한다는 것. 혼자 생각해야 하는 신이 있는데 그것조차 소리가 들리게 보여줘야 할 때 어색함이 있다. 사람도 동물이지 않나. 조건반사처럼 우리가 살아오면서 관성이 된 게 있기 때문에 슬프면 소리를 먹는다. 하지만 예술감독인 웨인이 늘 지적한다. “노래, 그 위에 감정, 그 위에 춤이다.” 순서를 바꾸지 말라고 하더라. <돈 주앙>은 탱고, 플라멩코, 라틴 음악이 많은데 생소하지 않았나. 평소에 프랑스 음악을 좀 듣는다. 플라멩코나 라틴 음악도 원래 자주 듣는 편이고. 즐겨 듣던 음악이 많아서 그나마 좀 다행이다 싶었다. 게다가 엇박자 음악이라 한국어 가사가 어떻게 소화될지도 걱정이다. 그 부분은 모든 배우가 느끼는 건데, 의미가 좀 바뀐 건 사실이다. 근데 기본적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이고 나는 무조건 예술감독 웨인의 말을 따라가려고 하고 있다. 오리지널의 느낌을 최대한 느끼고 찾으려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로서 <돈 주앙>에서 이것만큼은 하고 싶다는 게 있지 않나. 태을이 형, 다현이 형, 나 이렇게 트리플 캐스팅이지 않나. 관객이 원하는 것도 다 같은 돈 주앙이 아닐 거다. 웨인의 지시를 똑같이 따른다고 해도 같게 나오진 않을 거고. 관객 입장에서도 100퍼센트 뮤지컬 배우로서의 내 모습을 보고 싶진 않겠지 싶다. 완벽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특별한 무언가를 원하겠지. 내가 <지킬 앤 하이드>에서 조승우 선배를 볼 때 그랬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고 싶었다. 지금의 주지훈이 가지고 있는 걸 조금이라도 활용하고 싶은데, 그게 쉽지는 않다. 갈 길이 멀다. 돈 주앙 캐릭터 자체가 설득력을 얻기 굉장히 어렵다. 오만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던 그가 ‘사랑’의 저주로 완전히 변하지 않나. 극 자체에서 그 과정은 생략되어 있다. 그거 웨인한테 좀 물어봐 달라.(웃음) 모든 배우가 느낄 거다. 중간 과정이 너무 없지 않나 싶다. 마지막에도 돈 주앙이 사랑을 위해 죽었다기보다는 사랑을 통해 어떤 삶의 깨달음을 얻은 게 아닐까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걸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가 되겠지. 마지막에 라파엘의 칼에 맞고 쓰러지는데 그 순간 마리아가 보인다. 사랑을 통해 얻은 모든 감정으로 마리아를 보게 되는 거지. 노래 가사를 봐도 그녀에 대한 죄책감이 묻어나온다. 여러 가지를 고민하는데, 그 장면만큼은 내 것으로 만들어가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 배우로서 언제나 자극받는다 <돈 주앙> 한다는 소식을 듣고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서 뮤지컬 신을 찍으며 재미 붙인 게 분명하다고 확신했다.(웃음) 그런 게 영향을 준 것도 있다. 민규동 감독님이 막 약을 올리는 거다. 나는 뮤지컬 배우가 아닌데 “야, 지훈아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시고, <키친>에서도 노래 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홍지영 감독님이 이러시더라. “썩, 훌륭하지 않다.” 연습할 시간도 안 주시지 않았느냐고 투정 부렸더니 결정타를 한 방 날리셨다. “그래도 해야지. 배우잖아!” 완전히 제대로 자극받았다.(웃음) 울컥해서 지르는 스타일인가?(웃음) 그건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다. 굳이 뮤지컬을 해야겠다는 게 아니라 ‘스펙’을 넓혀야겠다는 생각. 솔직히 쪽팔리지 않나. 나는 궁극적으로 연기를 추구하는 건데 잘 못하면. 한식이냐 중식이냐 따지지만 결국은 맛있는 걸 원하지 않을까. 그나마 지금 조금이라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건 내가 여태 맡은 역할들이 대부분 빡빡하게 죄는 게 많았다. 아이러니한 얘기지만 많이 조일 수 있는 사람일수록 많이 넓힐 수도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많이 넓힐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조일 수도 있고. 넓히는 작업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다. 탄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건가. 맞다. 그런데 이런 얘기들이 오해를 살 수 있다. 지금 우리끼리 이렇게 편하게 얘기를 하지 않나. 배우로서의 이데올로기가, 자존심이 다르기 때문에 “너 스펙 넓히러 여기 왔어?” 이럴 수 있다. 난 솔직하다. 무조건 배우고 싶다는 건데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렇다고 미화할 필요도 없고 미화하고 싶지도 않다. 최근 장르 간의 배우 이동이 잦다. 특히 뮤지컬 진출이 많이 늘었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사회적 인식이나 편견이 굉장히 우스운 것 같다. 시스템이 변했고 사람들의 감성이 바뀌었다. 무대에 선 사람이 무조건 연기를 잘한다는 편견은 이미 깨졌다. 방송에서 무대로 넘어가면 이상하게 편견을 가지는 것 같다. 무대에서 방송으로 넘어가면 그러지 않으면서 말이다. 근데 똑같다. 똑같이 고생하고 똑같이 자신의 분야가 아닌 곳에 피해를 줄 수 있다. 근데 분야가 다르면 배울 마음으로 와야 한다. 거만하게 굴려면 뭐 하러 옮기나, 그것만 하지. 배우임에도 불구하고 닫혀 있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열려 있어야 한다. 배우니까. 배우란 타이틀이야말로 선을 긋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본인은 어떤가. 사람이 살면서 정보가 생기고 지식이 쌓이는 만큼 나도 모르게 선입견이 생긴다. 그래서 계속, 계속, 계속, 깨려고 노력한다. 일단은 감독님의 말을 무조건 수용하고 믿는다. 물론 작품이 나왔을 때 맞고 틀리는 게 생길 수 있다. 근데 그건 전부 내 책임이다. 내가 연기한 거니까. 생각보다 배우들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꼼꼼하게 준비하고 오래 고민했기 때문에 감독님과 부딪칠 때 자신의 생각을 깨뜨리기가 쉽지 않다.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때 민규동 감독님이랑 의견이 엇갈린 적이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왜, 안 돼?” 이러시더라. 처음엔 능력 부족이란 얘기인 줄 알았다. 근데 네댓 시간쯤 지났나? 그 신을 되돌아보니 말이 되는 거다. 그 순간엔 몰랐다. 마음을 닫지 않으면 다 들린다. 사람이 안 되는 게 어디 있겠나. 확실히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나이도 먹어가고 삶에 대한 여유도 좀 생겼다. 사람의 현재는 늘 과거에서 오지 않나. 그 여유들이 쌓여서 이렇게 뮤지컬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긴장해서 인터뷰도 못하고 있겠지. 연습 현장에서 여유롭게 있지도 못할 것이고. 사실 나는 늦게 합류해서 배우들 연습 모니터링에 열중하고 있다. 본격적인 연습은 다른 배우들이 끝나고 시작한다. 무조건 더 연습해야 한다. 긴장을 안 하다면 거짓말인데, 그래도 설마 무대에서 끌어내리기야 하겠어? 이러고 있다.(웃음) ▶ 가려진 진실조차 연기하고 싶다 보이는 이미지가 평소 모습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다. 어떤 노력이라기보다는 내 방식이다. 내가 남성지 모델로 데뷔하지 않았나. 너무 잘하는 사람들 틈에 있으니까 살아남아야 했다. 모델 활동할 때 어느 날 무의식중에 느낀 건데, 내 주변 사람들이 너무 멋진 거다. 근데 나는 지나가면서 쇼윈도에 비춰봐도 너무 멋이 없는 거지. ‘나는 왜 멋이 없지?’ 고민을 했는데, 그들은 이런 게 있었다. 일상에서 자기가 느낀 문화가 몸에 배어나오는 거지. 근데 나는 그게 없으니까 평소에 몸 밖으로 나가는 느낌을 잡아놨다가 카메라 앞에서 펑펑 터뜨린다. 사람은 누구나 멋있고 싶지 않나. 근데 나는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보이고 싶은 그런 게 없다. 그래서 사람들이 못 알아보나 보다.(웃음) 평소엔 멀멀하다. 일상의 감정을 몸속에 다 담아두는 편이다. <돈 주앙>은 라이선스 안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건 감독이 가지고 가야 할 몫이다. 짜인 감정을 따라가는 게 내 몫이다. 사실 <궁>으로 연기 데뷔할 때도 불안하지 않았다. 자신 있었다는 게 아니라, 감정은 각기 다르게 마련이니까 누구는 좋아하고 또 누구는 싫어할 수 있지 않겠나. 내가 진실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하진 않는다. 배우로서 그 작품이 줘야 하는 메시지에 집중하려고 하지 관객이 어떻게 볼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걸 고민하는 건 감독의 몫이다. 배우의 몫은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고민하는 거다. 그러면 카메라가 그 모습을 찍지 않나. 그런데 이번엔 그걸 무대 위에서 보여줘야 한다. 그게 힘든 거지. 근데 또 굳이 힘들지 않은 건, 아예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이후에 무대 위에서 적극적으로 캐릭터와 극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역할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나. 물론이다. 절대로 막간을 이용해서 하는 게 아니다. 배우니까 하는 거다. 아직은 그렇게 인식되지도 않고 그렇게 말할 수도 없지만, 이번에 <돈 주앙>이 끝나는 순간 뮤지컬, 방송, 영화 이렇게 분야를 나누지 않고 그냥 ‘연기’가 내 일이 됐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싶다. 그냥 배우이고 싶은 거다. 결국 판단은 관객이 하겠지만. 배우 주지훈이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건 무엇인가. 늘 진실된 것. 내가 배운 걸 막무가내로 주장하지 않고 무조건 배우는 이유다. 현실적으로 내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스킬 때문에 진실이 안 보일 때도 분명 있을 거다. 하지만 그것조차 진실하게 만들고 싶다.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의 진짜 진심은 느껴지는 것 같다. 그건 내가 관객의 입장에서 다른 배우를 볼 때도 마찬가지니까. |
출처 : 뮤지컬 <돈 주앙> 주지훈, 열정의 무대 위 진실한 배우의 자화상!
글쓴이 : momo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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